시사인터뷰 – [문화] “빈의 황금빛, 서울을 물들이다”KBS교향악단 제814회 정기연주회… 오로스코-에스트라다와 요세포비치, 낭만과 혁신의 무대를 선사

글 | 서현주 기자 (시사 인터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음악은 시작부터 서울과 인천을 사로잡을 작정이다. KBS교향악단이 준비한 제814회 정기연주회는 그야말로 황금빛 감각과 현대적 이성이 충돌하는 무대다.
오는 5월 22일(목)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일(금) 아트센터인천에서 이틀간 펼쳐지는 이번 무대는 콜롬비아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와 현대 바이올린의 아이콘 레일라 요세포비치가 함께한다. 이들의 조우는 단순한 협연을 넘어 ‘예술적 폭발’에 가깝다.
“빛나는 색채, 생기 넘치는 리듬, 오케스트라의 마술”
공연은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으로 문을 연다. 이 곡은 베를리오즈 스스로 “빛나는 색채와 생기 넘치는 리듬, 오케스트라의 마술”이라고 표현한 작품으로, 마치 청중을 로마의 축제 한복판으로 데려가는 듯한 생동감으로 시작을 알린다.
여기에 오케스트라의 유려한 균형과 역동적 사운드는, 지휘자 오로스코-에스트라다가 지닌 ‘빈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된다. 전통을 품은 손끝에서 베를리오즈는 다시 태어난다.
바로크의 틀에 담긴 20세기의 분열 — 스트라빈스키의 실험, 요세포비치의 해석
이어 연주될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신고전주의의 정수다. 이 곡은 바로크 형식의 틀을 빌려오되, 그 안에 스트라빈스키 특유의 세련되고 날카로운 현대 어법이 배어 있다.
이 실험적 곡을 해석하는 이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요세포비치다. 그녀는 단순한 협연자가 아니다. 현대 음악의 최전선에서 존 애덤스, 에사 페카 살로넨 등 당대 작곡가들과 호흡을 맞추며 다수의 세계 초연을 이끈 인물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스트라빈스키는 균열 속 아름다움을 얻는다. 섬세함과 격정, 직선과 곡선이 공존하는 선율이 무대를 감싼다.
“정열, 유희, 향수” — 슈트라우스의 빈, 그 마지막 빛
공연의 후반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걸작 교향시로 채워진다. 먼저 소개될 돈 후안은 슈트라우스가 24세에 완성한 대표작이다. 유럽 낭만주의의 마지막 불꽃이라 불리는 이 곡은 정열과 도전의 연속으로, 청중의 심장을 강하게 두드린다.
이어지는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낭만적 러브스토리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의 귀족 문화를 향수 어린 시선으로 재현한 관현악 모음곡이다. 화려함과 고전미, 그리고 무너져가는 시대에 대한 아련한 슬픔이 켜켜이 쌓인다.
“전통과 혁신의 균형, 무대 위에서 꽃피우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이번 무대는 유럽 고전의 정통성과 현대적 감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며 “오로스코-에스트라다와 요세포비치가 만들어낼 음악적 화학작용에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관객은 이번 공연을 통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두 예술가의 미학적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연 개요
공연명: KBS교향악단 제814회 정기연주회
일시 및 장소:
2025년 5월 22일(목) 20시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25년 5월 23일(금) 20시 – 아트센터인천
출연진:
지휘 |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
바이올린 | 레일라 요세포비치
프로그램:
베를리오즈 / 로마의 사육제 서곡
스트라빈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R. 슈트라우스 / 돈 후안
R. 슈트라우스 / 장미의 기사 모음곡
예매처: 예술의전당, 아트센터인천, 놀티켓
문의: (재)KBS교향악단 02-6099-7400, www.kbssymphony.org